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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원 작가인가?

January 16, 2026

[끄적거리는 나기자] 디자이너? 작가? 무슨 말을 써야 할까?

소셜 네트워크(SNS)를 보다 보면 ‘정원 작가’라는 호칭의 적정성을 말하는 분들의 글을 종종 지나치게 됩니다. 누군가는 작가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다고 냉소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이 마땅한 예술적 자부심이라며 맞섭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무엇이라 부를지 고민하는 건, 사실 그 단어에 담긴 ‘권위’와 ‘책임’의 무게를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작가정원’이나 ‘정원 작가’라는 말은 우리나라 정원 박람회 문화가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입니다. 해외에서 통용되는 학술적 용어와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이를 굳이 ‘옳다’ 혹은 ‘틀리다’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용어는 정원이라는 낯선 예술이 대중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다가가기 위해 건넨 하나의 제스처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질문 하나를 던져보고 싶습니다. 

만약 ‘정원 작가’라는 호칭을 쓰지 말아야 한다면,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그 정원을 ‘작품’이라 부르는 것 또한 멈춰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정원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건 그곳이 그저 나무를 잘 심어놓은 ‘시설물’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치열한 고민과 다정한 미학이 응축된 ‘작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그 결과물이 한 인간의 온전한 작품이라면, 그것을 정성껏 빚어낸 이를 작가라 부르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예우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정원을 만진다고 해서 모두가 작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소설을 쓴다고 모두 소설가가 아니고, 사진을 찍는다고 모두 사진작가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식물을 보기 좋게 나열하거나 그럴듯한 도면을 그리는 수준이라면, 그것은 ‘디자인’일 수는 있어도 ‘작가’의 영역은 아닙니다.

진정한 작가에게 요구되는 실력은 화려한 도면 너머에 있습니다. 땅 밑의 배수를 어떻게 잡을지, 돌과 돌이 만나는 디테일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같은 치열한 시공의 현장을 몸으로 아는 사람만이 비로소 정원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문장이 비문의 연속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서사도 무너지는 소설처럼, 시공의 디테일이 결여된 정원은 작가의 공허한 환상일 뿐입니다. 그런 준비 없이 너도나도 ‘작가’라는 명함을 내미는 풍경이 가끔 불편하게 다가오는 건, 그 이름이 짊어져야 할 ‘기술적 숙련도’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정원 작가는 생명을 창조하는 신의 흉내를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이라는 위대한 원작자가 써 내려간 복잡한 문장들을 세심하게 읽어내고, 그것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읽기 쉽게 옮겨 적는 ‘번역가’에 가깝습니다. 그 번역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깊이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비로소 그를 작가라 부르게 됩니다.

 

Gardener's House at Antibes(클로드 모네)

좋은 정원은 만드는 이가 던진 다정한 질문에, 보는 이가 자신만의 서사로 답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작가는 정원 구석구석에 정답을 적어두지 않습니다. 대신 이곳을 걷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힌트를 남겨둡니다. 담장 밑에 핀 작은 꽃 하나,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의 끝자락 같은 것들이 모두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결국 정원을 걷는다는 건 작가가 차려놓은 무대 위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만의 소설을 써 내려가는 과정입니다. 작가의 철학과 나의 삶이 겹쳐지는 그 특별한 순간, 그 대화의 시간이야말로 정원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입니다.

이제 작가냐 디자이너냐를 두고 너무 날카롭게 편을 가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호칭의 무게가 아니라, 그 정원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발견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에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정답을 찾기보다 그저 그 정원을 조금 더 오래, 찬찬히 들여다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그곳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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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자

채널그린 대표
前 환경과조경, 라펜트 기자
- LH가든쇼,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기획운영

kgarden@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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